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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- 김정한

시월의꽃 2011. 2. 28. 13:42

 

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- 김정한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소리내어 울고 싶은데
그것도 맘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
숨어들 곳 한군데 있다면
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데
알 수 없는 매달림 때문에
어쩔 수가 없어 서글퍼지기만 합니다

사방을 둘러보면 그 어딘가에는

내 눈물을 닦아주고 내 슬픔 감싸 줄이 있겠지만
정작 나를 이해한다며 등이라도 두들겨 주며
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


내가 사랑하는 당신이
나를 사랑하는 당신이,
당신이 그런 사람이였으면 좋겠습니다

순간적인 홧김에 그 어딘가 찾아가면

반겨 줄이 많겠지만 끝까지 내 편이 되어

바람막이로 든든하게 지켜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


내가 사랑하는 당신이
나를 사랑하는 당신이,
당신이 그런 사람이였으면 좋겠습니다

이런 축축한 기분일 때 소리 질러도 미안하지 않고
달려가 안겨도 부담스럽지 않고
설사 기절을 해도 뒷일이 걱정되지 않는
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


내가 사랑하는 당신이
나를 사랑하는 당신이,
당신이 그런 사람이였으면 좋겠습니다

김정한시집 -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- 펌